수원에 사는 서른여덟 살 미영 씨. 남편과 대화를 안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. 같이 사는 공간을 침묵으로 채우는 것도 스트레스다. 그래도 지지면 지져지고 볶으면 양념이 배던 남편이었다.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남편은 소 닭 보듯 자신을 본다.
최근 열한 살 딸아이가 그 초롱한 눈을 무심하게 반짝이며 미영 씨에게 그랬다.
“엄마! 아빠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알려줄까? 목소리를 바꿔!”
정직한 딸은 정직하게 이야기했고, 그 정직함에 미영 씨는 충격을 먹었다. 게다가 딸은 제 방으로 들어가며 확인 사살까지 하더란다.
“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도망가고 싶어.”
발 없는 소문은 천 리 간다지만, 말 없는 부부는 십 리도 못 간다. 짜증이 안 나는 게 비정상적인 치열한 삶 속에서 고왔던 음성을 잃은 미영 씨의 처지는 백만 번 이해하지만 살다 보면 갈등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. 바로 그때 남편과 딸에게 본의 아닌 '따'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.
남자는 아내의 사자머리 ‘쌩얼’보다 온 집안을 일순간에 냉각시키는 히스테리컬 목소리에 더 반항적이 된다. 그렇게 되면 말 섞임은 고사하고 미영 씨의 비싼 휴대전화 요금은 남편 무릎과 통화하는 데 고스란히 지불된다는 사실, 꼭 알아두길 바란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