서울 변두리,
조그만 집들이 옥닥복닥 모여 있는 마을에 밤이 왔습니다.
골목들이 얼마나 비좁은지, 그리고 얼마나 어두운지 해만 지면
그 미로에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곤 합니다.
그런데 그 한 모퉁이,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집 앞에 언제나 환한 외등이 켜져 있었습니다.
그 집엔 앞을 못 보는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.
마음에 불을 켜고 서로의 눈이 돼 주는 아내 그리고 남편. 그들에게 불빛은 있으나마나한 존재지만 매일 저녁 해가 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외등을 켜는 것입니다. 방안에서 쉬고 있다가도 아내는 남편에게 한 가지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.
"당신, 외등 켰죠?"
"그럼. 그걸 잊을 리가 있나?"
볼 수도 없는 등을 켜는 일. 그것은 혹 이웃들이 어두운 골목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배려였습니다.
가파른 달동네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린 새벽이었습니다.
언덕 꼭대기에 사는 손수레 아저씨가 연탄재를 가득 싣고 그 집앞으로 갔습니다. 그리고는 문 앞에서 큰길가까지 연탄재를 뿌렸습니다. 앞 못보는 부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 어쩌나 염려가 돼서였습니다.
이른 새벽, 문밖에서 싸락싸락 들리던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, 길이 왜 미끄럽지 않은지 부부는 알고 있습니다.
시각장애인 부부에게도, 손수레 아저씨에게도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습니다.
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,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?
TV동화 "행복한 세상"에서 발췌